아침에 수확한 친환경농산물 점심밥상에

2013-07-05 13:32:26 게재

강동구 "생산에서 유통·소비까지 지역에서"

값싸고 안전한 직거래매장 '싱싱드림' 인기

'호박순(박흥석) 100g당 1342원' '토마토(어경룡) 100g당 200원' '가지(이창복) 100g당 1590원'….

서울 강동구 고덕동 강동도시농업지원센터 1층 '싱싱드림'. 유기농 인증을 받은 지역 농가에서 생산한 친환경농산물 판매장인 만큼 포장재에는 가격, 가공(포장) 연월일과 함께 생산자 이름이 적혀있다. 친환경 인증번호와 연락처 등 보다 자세한 정보는 상품 진열대 아래쪽에 적혀있다.

서울 강동구가 한단계 진화된 도시농업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주민들이 가까운 텃밭에서 친환경농산물을 직접 길러 먹는 데서 한발 나가 지역 내 농가 생산품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유통·판매에 나섰다. 강동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강동에서 소비하자는 '강산강소' 운동 일환으로 직거래매장 '싱싱드림'을 열었다.

싱싱드림은 유통과정과 유통시간을 대폭 줄여 주민들이 신선한 농산물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침에 밭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자체 냉장탑차로 운송, 매장 뒤편 세척실에서 다듬고 포장한 다음 바로 매장에 진열해 판매한다. 수확에서 판매까지 걸리는 시간은 2시간. 오전 10시에 밭에서 거둬들인 친환경농산물을 점심 식탁에서 맛볼 수 있는 셈이다.

싱싱드림에서는 지역 내 40농가에서 기른 39개 품목과 함께 허브와 다육식물, 모종삽 등 간단한 농자재까지 60여 품목을 판매한다. 지역 곳곳에서 텃밭을 가꾸는 주민들도 판매자로 한 몫을 담당한다. 각 가정에서 먹을 분량 이상을 수확한 경우 기부를 받아 판매하기 때문. 이 경우 생산자 이름은 '기부텃밭'이다. 수확 분량 70%를 기부하도록 정해놓고 분양한 상일동 공동체텃밭이 대표적이다. 이해식 구청장을 비롯해 권혁자 부동산정보과장 등 구 직원들과 주민단체 등에서 8975㎡를 가꿔 개장 초 2주간 1000㎏ 이상을 기부했다.

값은 시중 친환경농산물 매장보다 30~60% 가량 저렴하다. 그도 그럴 것이 공공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주민 12명이 운송과 세척 포장 진열을 맡는데다 공익근무요원이 계산대를 담당하고 있다. 매장 위층에는 구 도시농업과 로컬푸드지원팀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업무를 총괄한다.

친환경농산물이라 기본적으로 안전성은 보장되지만 한번 더 걸러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건물 2층에 농약검사실을 설치, 직접 잔류농약 검사를 한다. 기준치를 초과한 경우 해당 농가 품목은 반입 금지다. 저온저장고를 구비, 신선도를 유지하는 한편 판매기한(3~5일)이 닥친 상품은 하루 전에 저소득계층 주민 가정에 공급하기 위해 바로 옆 건물에 위치한 푸드마켓으로 보낸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만족도는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높다. 5월 29일 임시 개장한 이후 하루 이용자만 250명. 구매금액 5%를 적립하기 위해 회원 가입한 주민만 800명이 넘는다. 매장에서 만난 고연옥(53·명일동)씨는 "친환경농산물이라 장기보관이 가능하고 유기농매장보다 훨씬 저렴해서 좋다"며 "근처에 볼 일이 있을 때마다 들르는데 품목이 많아지면 더 자주 이용할 것"이라고 평했다. 문완기 강동구 친환경농산물 생산농가협의회 운영위원은 "가락시장 경매가보다 20% 정도 싸게 내놓는데 농민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며 "무나 마늘 양파 등 강동에서 생산하기 어려운 품목도 함께 구비, 품목을 다양화한다면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동구는 싱싱드림 운영과 동시에 건강밥상 차리기 강좌, 도시농업지원센터 옥상텃밭을 활용한 1일 농부체험교실, 도시농부와 요리사가 함께 만드는 장터 등을 진행 중이다.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주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방편이다. 여기에 더해 장기적으로 싱싱드림 분점을 내거나 매장을 확대하는 한편 맞춤형 꾸러미 배달·판매도 구상 중이다. 이해식 구청장은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일은 탄소저감과 안전한 먹거리 확보뿐 아니라 가족간 이웃간 소통이 단절되는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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